08. 쿠보 유리카


어느 순간엔가 문득 하나요의 목소리가 나와요. 하나요는 제 안에 있고, 전 하나요로서도 있습니다.


몇 번씩이고 돌려듣다보니 부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이렇게나 사랑받는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 "µ's Final LoveLive!"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 다시 『러브라이브!』를 되돌아볼 기회가 있었나요?


쿠보 유리카 그 라이브 후로 µ's에 대해 인터뷰를 했던 게 1번뿐이라 차분하게 얘기하게 되는 건 정말 오랜만입니다. 2016년은 파이널 라이브가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한 일이라 고작 3일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론 엄청 옛날 일처럼도 느껴지네요. "평생 잊을 수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선 무대였는데도 자세한 건 아무것도 기억나질 않아요. 마지막에 퇴장하던 때만 자세히 기억나네요. 엄청 행복한 꿈을 꿨을 때 대략적으로밖에 기억나지 않잖아요? 그런 느낌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네요.


- 그만큼 감정이 올랐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라이브가 시작하기까지 어떠셨나요?


쿠보 그 때까지 라이브 중에서 가장 실감 없이 나아갔었네요. 제게 있어선 솔로 활동이나 다른 작품과 비교해봐도 µ's 활동은 특별해요. 제 스스로 다른 것과는 다른 문에 들어가있는 느낌. 그래서 평소라면 라이브 전에 "라이브다!"하는 느낌이 잔뜩 들었는데요...... 파이널 전엔 팬미팅 투어나 「뮤직 스테이션」, 「홍백가합전」 등 4월까지 엄청 활동이 많다보니 진정할 틈이 없었어요(웃음). 당시엔 "왜 숨도 못 돌리게 한담!"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양껏 활동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눈앞에 닥친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게 저에겐 정말 좋았네요.


- 당시엔 멈춰서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네요.


쿠보 그러니 반년이 지난 지금이 되어서야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게 멋지다고 생각합니다(웃음). 끝난 직후에 취재를 받았을 땐 진짜 감상이 잘 안 나왔으니까요. 생각이야 하고 있어도, 말로 하자니 거의 거짓말처럼 나오는 것 같아서 SNS에서도 잘 정리가 안 됐습니다. 워낙 역사가 너무 길어서 하나하나 적으려니 9명분의 책이 나올 정도라서요(웃음).


- 관객분들을 봤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쿠보 평소라면 매번 "우와!" 하죠. 리허설에설랑 본 라이브에서랑 보이는 모습이 완전 다르거든요. 그래도 이번엔 "사뿐"한 느낌이었습니다. 라이브 중간에 생각을 곱씹는 일이 많았을지도 모르겠네요. 평소라면 "여기서 틀리지 않아야지"라고 생각하고 노래에 집중하는데요, 2일차 땐 그야말로 "이 곡은 이게 마지막이구나. 더는 춤출 수 없구나"라고 하나씩 양초를 꺼가는 느낌이었습니다. 1일차 땐 냉정하게 "이 곡은 내일도 하지, 이 곡은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할 여유가 있었지만요.


- 가장 확 와닿는 곡은 뭐였나요?


쿠보 여태까지 부른 수가 많았던 건 「우리들의 LIVE 너와의 LIFE」인데요, 라이브에서 「Snow halation」은 항상 마침맞는 순간에 들어가는 곡이다보니 인상깊습니다. 그래도 저흰 평생 객석의 빛깔이 변하는 광경을 못 본다고요! 그 순간엔 뒤를 돌아보고 있거든요(웃음). "결국 마지막까지 못 봤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은 순간 마지막인데 봐볼까하는 잡념이 들었네요. 인상적인 안무가 않아서 "이 동작을 더는 할 일이 없구나"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 아까 라이브가 끝나고 퇴장하던 순간은 잘 기억이 나신다고 했는데요, 어떤 느낌이셨을까요?


쿠보 끝나는 것에 대한 마음만큼이나 관객분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온 거에 대해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우리 멤버들조차 외우는 게 힘들었는데, 다 외워주고 있구나!" 싶었죠. 그 후에 곧 노래를 부르려고 일부러 외운 게 아니라, 몇 번씩이고 돌려듣다보니 부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이렇게나 사랑받는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라이브가 끝난다기보단 "그 목소리가 안 들리게 된다"는 감각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 종연 직후 멤버들의 상태는 어땠나요?


쿠보 원형으로 모여서 와~하는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근데 정말 기억이 안 나네요.


- 혹시 스스로 기억을 막아두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쿠보 혹은 아무에게도 평생 말하지 않고 저만의 것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지도 모르죠. 9명밖에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 반드시 있었다고 생각하기에 "괜찮잖아?"라며 비밀로 해두고 싶을지도요(웃음).


지금, 눈앞의 시간을 어떻게 소중하게 할까


- 처음 하나요와 만났던 때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쿠보 그녀의 성격을 알기 전에 노래를 수록하다보니 처음엔 하나요가 노래한다는 의식이 없이, 그저 "이 노래를 가장 좋은 형태로 표현한다"라는 것만을 생각하며 노래했습니다. 그 뒤로 하나요의 "자기소개"라는 아직까지도 역사적인 작품이 된 걸 녹음했는데요...... 아니, 지금도 부끄러워서 못 듣겠어요(웃음).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그나마 6년이 지나서죠. 당시엔 제가 연기하는 역할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선했고, 왠지 모를 신기한 느낌이었네요. 실은 오디션에선 머리카락이 짧다는 이유로 린쨩이나 호노카도 연기했었어요. 그 때 어떤 식으로 했었는진 기억이 안 나지만, 지금 해보면 에미츤 흉내밖에 더 안 되겠죠(웃음). 이제 막 시작했을 땐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9명 각자의 역할을 맡고, 다른 캐스트였다면 상상하지 못 할 만큼 정착한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가 싶습니다.


- 연기하면서 하나요와 영향을 주고받은 부분은 있었나요?


쿠보 애초에 저와 하나요의 성격이 닮은 부분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하나요는 자신이 없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해오다가 최근에 문득 "나도 어지간히 자신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꽤 여기저기에서 소극적이고, 칭찬받으면 우선 상대방을 의심부터 하기도 했고요(웃음). 그게 왜일까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제가 자신이 없어서였겠죠. 그런 근본적인 부분이 닮았던 것 같습니다. 하나요가 계기가 되어 저 스스로를 알게 되는 것도 재밌고, 제 스스로 저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있구나 싶기도 하고요.


- 라이브나 TV 애니메이션을 하며 영향이 커지는 흐름이라고 느낀 부분이 있었나요?


쿠보 기본적으로 µ's의 원맨라이브는 1년에 1번이다보니 1st, *2nd, 3rd 때엔 "좀 더 라이브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계단을 올라가며 자랐다는 것도 알게 됐지만요. 4th 라이브 땐 반향이 커져서 다른 일의 현장에서도 공연하시는 분들한테서 "엄청 신났네"라는 말을 듣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동종 업계라도 다른 애니메이션을 알고 있는 일이 별로 없거든요. 그런 얘기를 통해 실감이 드는 부분도 있었고, 그 때부터 "앞을 보는 것보다도 지금 있는 것을 어떻게 소중히 할까"라고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뉴이어 라이브


- 어느 시기부터인가 작품 자체에서도 "지금"이라는 키워드가 축이 되었죠.


쿠보 저는 야마구치 모모에씨 스타일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아직 세간에선 젊다고 해도, 저도 1년씩 나이를 먹어가며 경험하고 알게 되는 부분도 있는가 하면, 체력이 따라가지 못 하는 부분도 나오겠죠. 계속하면 계속한 만큼 봐주시는 분들이 기뻐하고 응원해주시겠지만, 점점 생각만큼 할 수 없게 되는 퍼포먼스가 생길 거라고 생각해보면 끝내는 방법도 중요하다 싶어요. 특히 µ's의 퍼포먼스는 애니메이션 PV와 같은 안무를 하는 게 메인이다보니 그걸 못 하게 된다면 무서울 것 같았어요. 그렇다면 최고의 퍼포먼스를 할 수 있을 때에 아름답게 끝내고 싶다고 개인적으로 쭉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파이널까지의 예정을 처음 들었을 때 순수하게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 2015년은 팬미팅도 많았고, 반향이 컸던 해입니다만, 그 와중에 보며 어떠셨나요?


쿠보 팬분들이 하는 말이 신조어・유행어 대상(大賞)으로 지명된다는 건 참 대단하지요. 일반적인 분들은 몰라도 『러브라이브!』를 좋아하는 분들이 그만큼 소리쳐줬다는 거니까요. 팬미팅 투어를 많이 돈 멤버 중 한 명이다보니 투어를 돌 땐 "역시 체력이 부족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하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멤버들끼리의 거리도 가까워졌고, 스태프분들이나 헤어메이크 팀분들도 계속 따라와주시고, µ's 팀으로서 움직인 게 컸던 것 같네요. 그 시기를 보내며 아무 말도 안 해도 전해지는 게 전체적으로 늘었던 것 같습니다


좋든 나쁘든 그 이상의 흥분은 없다


- 다시 한 번 µ's 6년이 쿠보씨에게 있어 어떤 거였는지 여쭤보고자 합니다.


쿠보 20대의 6년이라니 당찮을 만큼 긴데요,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은 것 같지도 않고, 파이널을 포함해서 µ's로서 지낸 시간이나 추억은 꼬옥 눌러담아 평생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느낌이 들어요. 어떤 일이 됐든 6년씩이나 계속하면 한 번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있을 테고, 저도 "별로 나랑 안 맞는 거 같아"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µ's의 인기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런 불안감도 생겼거든요. 그래도 지금 돌아보면 앞으로 펼쳐진 미래를 만들어감에 있어서 중요한 20대라는 시기를 µ's로서 보낼 수 있어서 그저 행복했다고만 생각이 듭니다. 좋은 의미로 과거가 되었다고 할까요, 그 중에서도 소중히 해두고 싶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생각들도 엄청 많지만, 저는 정말 µ's를 하느냐 마느냐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좋든 나쁘든 그 이상의 흥분은 앞으로 다시 맛볼 수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라, 지금 제가 어딘가에 두둥실 빠져있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드네요. 다른 일을 하더라도 문득 떠오른단 말이죠. "이거 먹었을 때 멤버들이 이랬었지"라던가요(웃음). 이게 평생 계속될 거라 생각하면 신기해요. 그걸 나눌 수 있는 사람도 바로 옆에 없으니까......라고 왠지 죽은 연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네요(웃음). 하지만 정말로 그런 느낌입니다.


그 이상의 흥분은 앞으로 다시 맛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 하나요에 대해선 어떤 마음이신가요?


쿠보 뭘까요...... 하나요에 대해선 정말 제 자신 같은 느낌이 있어서 "그녀에게 뭐라고 전해주고 싶습니까?"라고 물어본들 제게 물어보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파이널 라이브가 끝난 직후엔 『러브라이브!』가 하나요와 함께 추억이 되는 걸까 싶었는데, 어느 순간엔가 문득 하나요의 목소리이고 하니 재밌구나 싶네요(웃음). 그래서 말도 무엇도 안 나온다고 할까요, 새로이 연기할 기회가 없다고 해도 하나요는 제 안에 있고, 저는 하나요로서도 있다는 느낌입니다. 말을 하자면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일까요.


-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쿠보 여태까지 몇 번씩 하다보니, µ's의 쿠보 유리카로서 「리스아니!」에 실리는 지금 단계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정말 신기한 기분입니다. 5년, 10년씩 크게 일단락이 된다면 이렇게 동창회처럼 모일 수 있으면 재밌겠네요. 아무래도 그 때까지 같은 의상을 입는 건 조금 그렇지만요(웃음). 라이브가 끝나자마자 µ's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좀처럼 없어서 「쿠보씨는 이제 새로운 단계로 가버렸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웃음). "아니, 아니라고! 적절한 타이밍에 말하게 해줘"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웃음). 그래서 이런 기회가 생겨서 정말 다행입니다. 코이즈미 하나요 역의 쿠보 유리카로서 지낸 건 제게 있어서 최고의 자산이 되었습니다. µ's 노래를 들어주시고, BD도 봐주시면 언제든 만날 수 있고, 『러브라이브!』라는 작품 자체는 계속될 거고, 그렇게 역사가 계속되길 바라니 여러분, 앞으로도 『러브라이브!』를 사랑해주시길 바라요. 사랑하는 방법은 각자 나름이라고 생각하지만, 조금이라도 그런 제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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