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이이다 리호


"슬퍼하고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개운한 기분이었습니다. 전부 해내서 그런 기분이 든 게 아니었을까요?


- "µ's Final LoveLive!"부터 약 반년이 지났습니다.


이이다 리호 이제 고작 반년 됐는데 되게 예전 일처럼 느껴지네요. 벌써 1, 2년은 지난 일처럼 느껴져요.


- 여태까지 활동을 돌아보며 노래를 들어보고 라이브 영상을 다시 본 적이 있나요?


이이다 최근에 µ's 곡을 듣지 않고 있었네요. 듣지 않는 건지 듣지 못 한 건진 모르겠지만, 플레이리스트에 손이 안 가서요. 듣기만 한다면 분명 멋진 추억이 다시 떠오를 테지만, 일단 보물상자에 소중히 넣어둔 걸 간단히 열어버리는 건 조금 아니다 싶은 마음이 있던 건 아니었을까요.


- 조금 거슬러 올라가서, 도쿄돔에서 라이브를 한다고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시던가요?


이이다 그 땐 "짱이다!"라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이전부터 머리 한편에서 "언젠간 µ's는 그 무대에 서겠지"하는 마음이 왠지 모르게 있었어요. 실은 처음부터 갈 기세로 노력했던 걸지도 몰라요. 그러니 한편으론 "아, 드디어 왔구나"라는 감도 있었습니다(웃음).


- 언젠간 그만큼 큰 회장에서 하겠지, 라는 건가요?


이이다 그렇다기보단 도쿄돔에서 인연을 느꼈어요. 「µ's New Year LoveLive! 2013」에서 TOKYO DOME CITY HALL에 섰을 때, 바로 옆에 있는 도쿄돔을 보며 문득 "언젠가 여기서 하겠지"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방송에서 "앞으로의 목표는?"라고 갑작스럽게 질문을 받았을 때, 생방송 끝나기 5초 전에 "노리자, 돔!"이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온 적이 있어요. 그 뒤로 극장판이 나왔고, 실제로 돔에서 라이브를 하게 되고...... 신기한 인연을 느꼈다고 할까요, 속으로 모종의 예감을 한 거네요.


- 사상 최대의 회장이자 장기전 라이브였습니다만, 리허설 상황은 어땠나요?


이이다 떠올려보자니 그립네요. 라이브에 대비한 체력 기르기를 겸하며 추운 날에도 스튜디오에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해보고, 집에선 스트레칭이나 근력 트레이닝도 했었네요. 그 때까진 그 정도로 하진 않았었지만, 전부 해내고 싶다,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가능한 한 리허설에 시간을 투자하려고 했습니다.


- 총연습 같은 일으로 돔 무대에 선 첫 인상은 어떠셨나요?


이이다 일단 넓고, 천장도 엄청 높고, 둘러싸인 듯한 느낌이 엄청났습니다.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는 세로로 길었는데, 돔은 둥그런 느낌이었네요.


- 아무래도 당일을 맞았을 땐 긴장도 상당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이이다 바로 직전까지도 별로 긴장하진 않았습니다. 든든한 제 편이 8명이나 있는 데다가, 기대감에 부풀었거든요. 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무대에 올라가려고 하니까 손이 엄청 떨렸어요. "아, 나 긴장하는구나"라고 그 때 처음 알아차렸습니다. 그런데 무대에 오른지 5초만에 금방 괜찮아졌어요.


도쿄돔에서 신기한 인연을 느꼈다고 할까요, 속으로 예감 같은 걸 했습니다.


- 당일 무대에 섰을 때 광경은 어떠셨나요?


이이다 엄청났습니다. 빛에 둘러쌓여있는 것 같았어요. 와주신 분들의 환성에 땅이 흔들리는 게 몸으로 느껴졌고요. 귀가 아니라 뼈를 통해서 전해지는 것처럼 몸으로 목소리가 흘러들어오는 것 같았습니다(웃음).


- 처음부터 엄청난 환성이었군요. 아무래도 멤버들의 텐션도 올라가던가요?


이이다 물론 즐거운 건 맥스로 최고조에 달했지만, 의외로 퍼포먼스 자체는 냉정하게 했을는지도 모르겠네요. 허둥대다가 주변에 신경을 못 쓰게 되는 일도 없이, 좋은 의미로서 냉정함을 지키며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카메라를 보는 표정이나 모습도 착실히 의식해가며 미더운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이다 리허설을 그만큼이나 했던 것도 있었고, 여태까지와는 침착하게 있는 것부터가 달랐거든요. 단단히 벼르고 있던 탓에 하나씩 잘 소화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고조되는 한편, 이게 마지막이라는 섭섭함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만, 2일차 스테이지는 어떠셨나요?


이이다 2일차 아침엔 기분 좋은 근육통에 눈을 떴습니다. 뭔가 특별한 것도 없이 정말 이게 마지막인가 싶을 정도였고, 다른 멤버들도 엄청나게 평소처럼이었습니다. 그래도 스테이지의 마지막 직전에 멤버 전원이 꽃 안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을 때가 있었어요. 아무도 볼 수 없이 9명만의 공간에서, 다 같이 눈빛을 주고받곤 원형으로 서서 손을 맞잡았을 때 처음으로 섭섭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려나요. 그 순간은 정말 소중한 추억으로서 남아있습니다.


- 마지막 「우리들은 하나의 빛」이 끝나고 스테이지를 뒤로 했을 때 느낌은 어떠셨나요?


이이다 퇴장 중에 갑자기 시야가 밝아지며 관객 한명한명의 얼굴이 갑자기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즐거운 듯이 웃으며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시는 분도, 엄청 울고 계신 분들도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정말 신기한 느낌이었어요. 퇴장한 뒤에도 모두가 노래해주는 게 들려서 애정을 느꼈습니다. 한순간 다시 한 번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아서 스테이지를 뒤로 했습니다.


- 스테이지를 마친 다음날엔 어떠셨나요?


이이다 슬프고 공허할 것 같았는데, 무척이나 기분이 좋고 개운한 기분이었습니다. 모두 해낼 수 있었기에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린쨩과 µ's의 성장을 고민하며 좇아가는 6년간


- 다시 6년간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처음 시작했을 무렵 활동에서 인상 깊었던 건 있었나요?


이이다 처음 레코딩했을 때 일은 뚜렷하게 기억납니다. Pile쨩이랑 시카쨩까지 3명이 함께 있었는데요, 그 때가 첫 대면이라서 서로 말 한 마디를 안 하고 있었어요(웃음).


- 멤버들과 몇 번씩 레코딩을 같이 하며 서서히 알아갔다는 거군요.


이이다 그렇죠. 그 후의 레코딩은 9명의 나레이션 파트가 들어가는 곡도 몇 개 있다보니, 대사 타이밍을 재려고 첫 대사를 넣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 대사까지 혼자서 했어야 됐습니다. 「Mermaid festa vol.1」이나 「카구야의 성에서 춤추고 싶어」였던가요? 제가 첫 대사를 맡게 돼서 다른 멤버들의 대사를 흉내내자 "완전 똑같아!"라더라고요(웃음). 멤버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다보니 그게 인상적인 에피소드였네요.


- 2012년 요코하마 BLITZ의 첫 라이브에선 어떤 심정으로 임하셨나요? 초창기 라이브는 애니메이션 PV와 호흡을 맞춰 퍼포먼스를 했었죠.


이이다 대학교에 다니면서 댄스를 연습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까지도 애니메이션와 똑같은 안무를 외워 9명이서 추는 스테이지는 처음이다보니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그저 그 무렵엔 린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때라 지금도 초창기 CD, DVD는 부끄러워서 틀질 못 해요. 댄스 표현력도 그렇습니다만, 린쨩과 싱크로하는 걸 고려하지 않았거든요. 초창기엔 린쨩과 어딘지 거리감이 있었네요. 거기 있던 건 아직 이이다 리호인 거죠. 린쨩의 역할을 지고 있지 않은 걸 보기 부끄럽다고 할까요.......


- 린쨩은 극중에서 다른 사람을 지지해주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이 두드러졌지요.


이이다 의외로 착실한 애라 귀여웠고, "좀 더 귀엽게 만들어주고 싶다"라는 부모 같은 심정으로 보기도 했어요. 그랬기에 좀 더 린쨩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쳐주길 계속 바랐고, 어딘지 린쨩이라는 여자애를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 한 것 같아서 스스로도 여러가지로 고민하며 조금씩 나아가기도 했습니다.


- 작중 스토리처럼 자신을 어떻게 내보일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는 거군요. 그 중에서도 린쨩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던 계기는 뭐였나요?


이이다 꽤 시간이 지나서이긴 한데, 「Love wing bell」 때였습니다. TV 애니메이션의 영상도 멋졌고, 스태프분들의 사랑을 많이 받으며 연기했습니다.


- TV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얻는 한편, 라이브에서도 주목받으며 점점 회장이 커졌는데요, 그 과정은 어떠셨나요?


이이다 완전히 다른 사람 일을 보는 것 같을 정도로 실감이 들지 않았어요. "헤에, 이 사람들 그렇게 대단하구나. 이 9명 확실히 귀엽네"라는 느낌이었습니다(웃음).


지금도 사랑해주시는 팬분들이 있기에 린쨩이 멀어졌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 그녀들이 스타덤을 뛰어올라가는 걸 관조하는 느낌이었다는 거군요.


이이다 저희가 나오는 건데도 반쯤은 다른 사람 일처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왠지 엄청난 일이 됐네" 같은 말도 몇 번씩 했고요. TV에 출연했을 때도 집에 돌아가서 체크해보니 웬 낯선 사람이 춤추고 있는 듯한, 신기한 감각이었습니다. 철저하게 그녀들이 이런 의상을 입고 있으니 우리들도 이런 의상을 입습니다, 라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TV나 잡지를 통해 보는 µ's가 점점 귀여워지고, 그걸 저희아 좇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 2015년은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극장판, 팬미팅 투어, TV 출연 등, 정말 다사다난했는데요, 좇아가는 것조차 힘들진 않던가요?


이이다 「M스테」부터 홍백까지 텀도 짧았고, 파이널 라이브 리허설도 있는 와중에 다들 무작정 하고 있었네요. 일들이 엄청난 기대로 눈앞을 홱홱 스쳐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목표하는 곳으로 이끌어준 『러브라이브!』라는 작품


- µ's로서 『러브라이브!』와 함께 날려온 요 6년간은 이이다씨에게 있어서 어떤 6년이었나요?


이이다 인생이 변한 6년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가 시작했던 당시에 제가 18살이었고, 대학에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의 기간이 이 6년에 포함돼서 실은 TV 애니메이션 1기가 끝난 직후에 평범하게 취업활동을 하고 있었어요(웃음). 도중에 취직했더라면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았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역시 이 일을 쭉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일들이 좋게좋게 거듭되고, 결과로서 제가 바라던 방향으로 이끌어준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 상당히 중요한 기간을 『러브라이브!』와 지냈네요.


- 멤버들과도 서로 자극을 해주는 깊은 관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이다 학생 시절의 이 시기에 함께 시간을 지냈다는 건 정말 중요하니까요. 멤버들의 구성요소를 전부 빨아들일 기세로 동료들로부터 다양한 걸 흡수한 것 같습니다.


- 린쨩에게 한마디 메시지를 보낸다면 어떤 말을 해주겠습니까?


이이다 µ's 활동은 일단락 된 지금도 팬들 모두 린쨩을 엄청 사랑해주시기에 린쨩이 멀어졌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여태까지 린쨩을 비롯한 µ's가 얼어온 길을, 앞으로 제 개인이 좇아가게 될 것 같네요. 활동하는 와중에 "함께 나아가자"라고 말한 동료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지금은 프로필란에 "목표로 삼은 사람"으로 써놔도 될 정도로(웃음), "린쨩정도는 되어보고 싶다"라는 목표 같은 존재로 옮겨갔네요. 린쨩이 "따라와"라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라, 혹시 말을 건넨다면 "갈게 린쨩, 지금 그리로 갈 테니 기다려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이이다 이 인터뷰를 통해 다시 여러분과 만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예전에 나온 애니메이션으로 아직까지도 성지순례를 하시는 팬분들이 잔뜩 몰려들고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며, 『러브라이브!』나 µ's도 20년 후, 30년 후까지 여러분의 안에 소중하게 남겨주시길 진심으로 바라요. 시간이 지나고서 추억 순례 투어 같은 것도 해보고 싶네요(웃음). 10년 후에도 쭉 µ's의 이이다 리호로서, 그리고 호시조라 린쨩의 이이다 리호로서 있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순간에라도 문득 떠올려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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